- 글.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제9차 당대회가 2026년 2월 19~25일까지 6박 7일간 진행되었다. 주요 안건은 첫째, 제8차 당대회 이후 사업총화, 둘째, 조선노동당 규약개정, 셋째, 당중앙지도기관 선거였다. 당중앙기관 선거 이후 당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및 제1차 정치국회의, 그리고 열병식이 개최되었다. 이번 당대회는 노동당 창건 100년이 되는 향후 20년을 고려한 ‘후계대비 포함 김정은 수령체제’ 완성과 정책방향을 제시한 대회였다. 주요 특징을 중심으로 이번 제9차 당대회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전망해본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 부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8차 당대회 참가 대표자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제9차 당대회 참가 대표자들의 주요 변화를 보면 제9차 당대회 참가 대표자로 군인대표와 현장간부가 증가하였고 여성대표는 축소되었다.
이는 북한의 간부충원 양상이 국가과업에 성과를 보인 군인과 현장간부를 중시하여 선출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주목할 지점은 8차 당대회와 비교할 때 88명(501명→413명), 약 18%가 줄어든 여성 대표이다. 이번 당대회와 열병식을 통해 북한 중앙정치 내 김여정과 김주애가 부각된 것에 비해,
실제 여성의 대표성은 축소되었다. 이는 향후 북한 정치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다. 대개 가부장제 국가에서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등장하면 그의 주변에는 가부장제를 유지하며 정치사회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주로 남성 엘리트들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체제를 유지·작동시키는 조선노동당 당원이 전체 주민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변화 추이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당대회 참가 대표자 선출시 당원 1천 명당 대표자 1명을 선출한다. 이에 기초할 때 제9차 당대회 기점 현재 북한의 조선노동당 당원 규모는 약 477만 6천 명으로 추정(전당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76명 기준)할 수 있다. 북한 전체 인구를 대략 2,500만 명으로 가정하면 약 20%가 당원이다. 그런데 이는 기존 북한의 당원 규모증대에 비해 매우 소규모의 증대이다.
북한 제9차 당대회 주석단 1열 좌석 배치도, 제9차 대회 집행부는 권력 핵심부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제9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지난 5년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목표한 첫단계 개척”을 성공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개회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7차 당대회 결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것에 비해, 지난 5년간 대북제재와 코로나 팬데믹 등 엄혹한 상황에서도 제8차 당대회가 제시한 과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고
자평하였다.
이와 함께 제8차 당대회 과업이 성과적으로 수행된 기초에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당의 지도역량 정비와 영도적 역할 강화를 위해 새로운 당규약의 기초방향이 된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그간 사업총화에 기초한 이 노선의 주요 내용은 첫째, “그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전당이 단결의 중심, 령도의 중심인 당중앙의 령도적 권위를 절대화”하는 정치건설이론이다. 둘째, “당규약의 내용과 조항들을 현행 당사업 뿐 아니라 당건설의 먼 앞날까지 내다보며 원리적으로, 실천적으로 완비해나갈” 당의 조직건설이론이다. 셋째, “시대와 대중의 의식변화에 맞게 사상사업의 형식과 방법을
개선”하는 사상건설이론이다. 넷째, “강력한 규률 제도로 당을 관리하고 강화”하는 규율건설이론이다. 다섯째, “당과 대중의 혈연적 유대”를 다지는 작풍건설이다. 그리고 이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을 북한의 노동당 강화를 위한 “사상이론적 무기”로 정의하였다. 또한 제9차 당대회 이후 5년 간 “사회주의건설 전반을
확고한 전성과 도약의 궤도”로 올려 놓아야 한다고 총화하였다. 이른바 ‘새로운 발전단계로의 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제9차 당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당규약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였다. 그런데 북한은 당규약을 개정하였으나 구체적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당규약 개정 관련하여 3가지를 언급하였다. 첫째,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을 사상이론적 지침으로 하여 당을 강화하기 위해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율건설, 작풍건설을 “항구적인 당건설로선으로 틀어쥐고 나간다”는 내용을 명문화하였다. 둘째,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하고 중앙집권적 규율을 강화하는 원칙에서 “당중앙지도기관들의 권능과 사업체계를 명백히 규제하였다.” 셋째, 당대열의 질적 강화와 당규율 적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하며 당사업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당규약의 장, 조항의 일부 내용들을 개정하였다.
기존 당규약 서문의 통일과업과 민족 개념의 삭제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그토록 중요시하고 이번 당대회를 마무리하면서도 강조한 ‘민족’ 개념 폐지와 통일과업 관련 내용은 왜 공개하지 않았을까? 이는 크게 세 방향에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정보 비공개’를 통한 전술적
활용이다. 민족과 통일 관련 당규약 서문을 수정하였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으며 변화무쌍한 대외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통일과업의 폐기가 북한 군사력 강화의 근거가 되는 이른바 ‘한반도 유사시 대남 무력행사’ 가능성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김일성 시대 이후 북한체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당규약
서문의 통일과업을 폐기하면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이후 후계체제와 연동된 과업 설정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 이와 연동되어 셋째, 당규약 내 민족 개념과 통일 과업 폐지와 관련해 군부와 인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한 당내 이견이 아직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제9차 당대회 당중앙지도기관 선거에서 제9기 당중앙위원회가 구성되고,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재추대되었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을 계승·발전시켜 당중심 통치체계를 구축하고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을 통해 당의 영도력을 강화한 성과,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 개시, 자립경제에 기초한 5개년
계획 수행과 경제·문화 발전, 국방력 강화와 첨단전략무기 개발, 대외활동을 통한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을 넘어선 ‘김정은 수령화’가 완성되었음을 부각하였다.
동시에 최고위 권력 엘리트 250명이 선출되었고, 8차 당대회 대비 약 56%가 교체되며 대규모 인적 재편이 이루어졌다. 원로 간부들이 퇴진하고 청장년층 실무형 간부들이 대거 등용되었으며, 정치국과 각 부서 책임진도 상당 부분 교체되었다. 비서국 확대와 기능 재편은 국제정치 중시, 대중동원과 건설사업 지속,
‘간부혁명화’ 강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이번 인선의 특징은 원로계 퇴진, 조용원으로 대표되는 실무형 충성파의 약진, 그리고 김여정계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권력 기반의 부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대회 5일 차 회의(2.23)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제9차 대회에서 한 결론을 통해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경제사회 분야 목표는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를 ‘경제의 안정공고화 단계, 점진적인 질적 발전 단계’로 규정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노동당의 총노선으로 사상개조를 앞세운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 강화, 간부 혁신을 통한 국가경제 관리능력과 지도통제 강화, 사상개조를 통한 ‘혁명화, 노동계급화 사업’이다. 이에 기초하여 “사상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이 “전면적 발전기”에 들어선 제9차 당대회의 과업이라고 제시하였다. 주목할 점은 향후에도 지금처럼 계속 5년 주기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이제부터 10년, 20년 후에는 우리(북한) 당창건 90돐, 100돐과 맞게 되는 지금과 같은 투쟁방식으로 국가발전과 인민의 복리증진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향후 20년 정도까지 대내 정책의 큰 변화 없이 ‘간부혁신에 기초한 자력갱생과 주민동원’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향후 20년까지를 고려한 대내 통치 방향은 전통적인 ‘자주, 자립, 자위’ 기조, 간부 혁신과 당조직 강화를 위한 ‘새로운 5대 당건설 노선’, 청년·대중 중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 운동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9차 당대회 후 첫 경제현장 행보로 상원세멘트연합기업소를
방문하여 노력혁신자·공로자·일꾼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이번 제9차 당대회에서도 가장 중요시한 것은 국방력 강화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을 더욱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하였고, 기존 군대의 상용무기들을 갱신하는 사업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즉, 군사 분야에서 ‘대칭-비대칭 동시강화’ 전략이다. 특히 재래식 상용무기는 대남정책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과 잇닿아있는 남부국경선을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고 경계체계와 화력체계들을 보강”하라고 지시하며,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체계들, 작전전술미사일종합체들을 연차별로 증강 배치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대남 ‘고슴도치형 봉쇄’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제9차 당대회 기간 향후 북한의 대외정치 중시 기조가 확인되었다. 국제환경의 불확실성에 국익수호 국제지위 향상이 당의 역할로 부가되어 있으며, 대외정치를 당이 틀어쥐고 이전보다 중시하겠다는 방향이 확인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 국제정세를 “불과 불이 오가는 최악의 지역안보위기”로 진단하며, 국익수호 기조에 따라 미국 주도에서 벗어난 “다극 세계 건설”로 나아가야 함을 제기한다. 그리고 대미 정책으로 ‘대결과 대화 동시 대비’ 기조를 지속하되 대화가 열려 있음을 강조하며 북미관계를 관리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한편, 중국 및 러시아와는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데, 북한에 중요한 외교과제는 중국 견인이다. “다극화된 세계건설을 적극 추동”할 것이라는 외교 정책 방향은 ‘미국과의 신냉전 관계를 원하지 않는’ 현재 중국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9차 당대회를 기념해 2월 26일 평양체육관에서 개막했던 대공연을 즐기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연합뉴스